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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미술이야기 2015년 6월 8일자 내용
김동길의 Freedom Watch www.kimdonggill.com ◆100세 잔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빨강, 노랑, 분홍, 주홍, 흰색, 연보라와 진보라의 알록달록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잔칫상 같은 제단에 사람들이 절을 한다. 절을 받는 사람은 아름다운 분홍빛 꽃들로 에워싸여 안경을 쓰고 수(繡)를 놓고 있는 여인 박을복의 영정사진이다. 의례히 상가는 흰 꽃으로 가득하고 흰 국화로 헌화하는데, 싱그러운 빨강장미로 헌화하는 빈소는 마치 100세 잔칫상 같다. 빈소 앞방에서는 박을복의 자수 80년을 회고하는 영상이 나온다. 노란 비단 병풍 위에서 말과 사슴이 힘차게 달리고, 활 쏘는 궁수의 손놀림, 해, 산, 구름까지 한 땀 한 땀 수놓았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모티브를 찾은 '고구려 벽화‘는 병풍의 위아래 공간을 창살문양의 격자를 수놓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원앙 한 쌍을 주제로 한 '국화와 원앙'은 6·25전쟁 중 폭격을 맞아 흙더미에 묻힌 것을 복원했고, 왼쪽은 여백을 오른쪽공간은 국화로 가득 채웠다. 지난달 우이동 박을복 자수박물관은 ‘자수예술가 박을복 100세 기념전 ’새벽이슬에 젖은 버선발의 짧은 행보‘ 특별전 (2015. 5.26 ~ 6.19)을 열었다. 박을복 자수박물관 설립자인 박을복의 만 100세를 기념하여 한국 자수예술의 시대사적, 문화사적 의미를 재조명하여 우리나라 자수의 변화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국회의사당 소장품인 '고구려 벽화'와 '나들이'를 빌려와 전시하고 있다. 2002년 5월 개관한 박을복 자수박물관은 한국 현대자수 발전에 기여한 박을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설립자의 아들 오영호가 박물관 이사장, 어머니의 대를 이은 섬유예술가 딸 오순희가 박물관 관장을 맡으며 한국 근·현대 자수의 역사를 재정리 하여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대중을 위한 문화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대섬유예술 전시와 워크숍,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교육의 장, 문화예술체험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박을복은 1915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이화여전 영문과를 거쳐 일본 동경여자미술대학 자수과를 졸업했다. 귀국하여 전통적 자수에 현대적 감각의 자수 작품으로 국전에서 수상하고 국내외의 수차례 개인전으로 우리나라 자수의 새로운 길을 연 선구자요, 여인네 소일거리로 치부됐던 자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이기도하다. 한국 현대자수의 선구자인 박을복은 9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하다가 지난 주 5일 별세했다. 살아생전에 박을복은 가까이 지내던 동양화가 故목불 장운상, 그의 처 섬유예술가 이신자 또 故운보 김기창과 그의 처 故우향 박래현이 그의 작품에 새로운 영향을 주었다고 감사해하곤 하였다. 생전의 운보는 박을복의 자수를 “바늘 끝에 새겨진 오색의 아름다움”이라하고, “우리 조상들의 수줍고 드러내지 않는 아름다움을 꽃잎에 옮겨놓은 듯 영롱함이 가득하다” 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을복은 평소에 “새벽이슬에 젖은 버선발의 짧은 행보(行步)가 있었다고 어여삐 여겨주기 바란다.” 라고 겸손해하였다. 이제부터는 천상에서 그와 가까이 지내던 예술적동지인 친구들을 만나 100세 이후의 긴~ 행보를 떼어놓고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실로 수놓으며 100세 잔치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박을복 자수박물관은 그의 후손들에 의해 오~래 오~래 이어질 것이니 아무 염려마시고 편히 하늘나라의 삶을 즐기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 성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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